2013_27/KOICA_Paraguay

또 다른 준비

daydream187 2015. 3. 13. 02:25



일을 하는 중 주변에 누가 있거나 나를 보고 있으면 집중이 잘 되질 않아 자연스레 기관 구석에 잡게 된 내 자리. 가장 구석인데다가 조금 어두침침하기도 하여 동료들은 나를 어두운 동굴 속에 있는 괴물 같다며 놀리기도 하였다. 여느 때처럼 이 자리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자판을 두드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기관장은 청소를 하고 있었고 오며가며 나에게 말을 걸어와 잠깐씩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내가 앉은자리 쪽에 볼 일이 있어 오게 되면 가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기에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대화를 하던 중 조금은 색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건네 오기 시작했다.

 

봉사 단원이 2년간 온 뒤 함께 일을 하며 서로를 알게 되고 그렇게 관계를 맺어가는 것은 좋지만 임기가 끝난 뒤 헤어져야 하는 것은 참 슬프고 힘들어...”

 

말을 하던 중 파라과이 사람들 특유의 커다란 눈이 약간 충혈 되며 눈가는 작게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나중에 더 이야기 하자.”

 

할 말이 더 있어 보였으나 기관장은 말을 끊고 가버렸다. 예전에도 내가 언젠간 떠나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이젠 정말 파라과이에서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 다시 일을 시작하던 중 기관장이 다시 돌아왔다.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네가 온 2년 간 정말 너무 고마웠어. 일을 하면서도 좋았고, 너와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것도 좋았고...”

 

말을 이어가던 기관장은 끝내 그 큰 눈망울에서 겉돌기 시작하던 눈물을 뺨을 따라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정말 고마웠다너를 알게 되어서 감사하다, 네가 여기서 지내는 동안 내가 잘 해 줬는지 잘 모르겠다, 네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등등의 말들. 자리에서 일어나 기관장과 깊은 포옹을 한 뒤 손을 맞잡고 이야기하였다. 나 역시 너무 고마웠고 이 곳에서 2년간 함께 일하며 지낼 수 있었던 것이 너무 기쁘다고. 감사하다고. 하지만 그 이상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한다면,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만큼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아서. 눈물을 보이기 싫었다. 아직 마지막 안녕을 고하긴 싫었다.

 

파라과이. 지구에서 대한민국과 가장 멀리 떨어진 나라 중 하나. 비행기를 타고 약 30시간은 와야 하는 곳인 만큼 평생 다시 올 수 있을지 정말 모를 곳이다. 그러한 거리감이 주는 단절된 느낌은 이별의 크기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이 곳에서의 시간. 오늘에서야 좀 더 진지하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 듯하다. 떠날 준비가 되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