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아순시온에서 삐라주로 돌아오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늦은 때라서 막차가 벌써 지나갔으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에 조금은 불안했다. 아순시온에서 삐라주 버스를 기다리는 것 보다 삐라주로 들어오기 전 마을인 으빠까라이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타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 것 같아 먼저 으빠까라이로 이동하였다. 행여 으빠까라이에서 버스가 끊기더라도 오토바이 택시인 모토택시를 이용하면 삐라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으빠까라이의 삐라주 버스가 오는 곳으로 가니 현지인들이 꽤나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막차가 끊기지 않은 듯 했다. 다행이었다. 길가에 대충 걸터앉아 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렸다. 그런데도 버스가 오지 않자 점점 불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더욱 흐를수록 같이 기다리던 현지인 하나 둘 씩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데리러 온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고 있었다. 모토택시를 타기 싫었다. 아순시온에서 삐라주까지 가는 버스비가 5,000과라니인데 그에 반의반도 안 되는 짧은 구간인 으빠까라이에서 삐라주까지 모토택시로 들어가려면 최소 20,000, 이렇게 늦은 시간엔 30,000과라니까지도 받기 때문이다. 돈을 헛날리는 느낌이 매우 싫었다. 행여나 버스가 올까 싶어 목을 빼고서 평소 버스가 들어오는 방향을 향해 오랫동안 물끄러미 쳐다보았지만 아무래도 버스는 끊긴 모양이었다. 씁쓸한 마음이 일었다. 체념을 하면서 모토택시를 불러 타야겠다 싶은 생각이 점점 강하게 올라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내 앞에서 가던 길을 멈추더니 말을 걸어왔다.
“삐라주 가자.”
모토택시였다. 말을 듣고서 잠시 고민을 했지만 도저히 버스가 올 기미를 보이지 않아 가격 흥정이라도 잘 해서 모토택시를 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음... 얼마야?” 행여 바가지를 쓰진 않을까 경계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너 삐라주에서 사는 봉사단원이지?”
“어? 어... 맞아.” 난데없는 질문에 조금 당황했다.
“나 전에 너 태운 적 있어. 나 삐라주 들어가는 길인데 그냥 같이 타고 가자. 오늘은 내가 삐라주 봉사단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