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나라인 만큼 그리 오랜 시간을 비행하지 않고 볼리비아의 산타 크루즈에 도착하였다. 볼리비아의 유일한 나의 목표는 우유니 사막이었다. 이제 그 쪽으로 움직이면 된다.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적에 산타 크루즈에서 우유니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 볼리비아의 다른 도시로 들어가거나 우유니로 바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티켓을 검색해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졌었다. 그래서 패스. 결국 볼리비아는 산타 크루즈로 들어가기로 결정하였고 그 곳에서 우유니로 이동하는 방법을 검색하였다.

산타 크루즈에서 우유니로 가기 위한 방법으로는 전부 버스로 이동하는 것과 비행기로 수크레까지 간 다음 버스를 타는 것. 버스를 이용할 경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그 만큼 이동 경비는 저렴했다. 하지만 문제는 산타 크루즈에서 수크레로 이동하는 버스였다. 이 구간의 버스는 배우 불편하고 약 15시간이 소요되는 고난의 길이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크레까지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이 방법이 빠르고 편안하나 버스비는 약 1만원인 반면 비행기 티켓 값은 약 6만원이었다. 수크레까지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느냐 비행기를 타느냐 많은 고민을 하였으나 비행기를 강력 추천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로 하고 인터넷을 통해 비행기 티켓을 약 52달러에 구입하였다.

이로써 우유니까지 이동하기 위한 고민의 과정은 끝이 보이는 듯 하였으나 산타 크루즈-수크레 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던 카드에 문제가 생겼다. 이 티켓을 취소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티켓은 취소 수속을 밟기 위해 항공사와 한 달이 넘게 지금까지 연락을 취하고 있다. , 남미... 이렇게 된 이상 산타 크루즈에서 수크레로 가능 방법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산타 크루즈에 도착해서 항공사에 문의하여 적정한 가격에 수크레행 티켓이 있으면 이를 타고 가는 것이고, 이게 안 되면 그냥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산타 크루즈의 viru viru 공항에 도착하였고 입국 수속을 밟고 수화물을 찾은 뒤 바로 수크레 행 비행기를 보유한 항공사들을 찾아다니며 티켓을 문의하였다. 공항에서 알아본 결과 boa, amaszonas, ecojet 이 세 항공사가 수크레 행 비행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각 항공사에 찾아가 물어본 결과 자리가 모두 찼거나 당일은 수크레 행 비행기가 운행을 하지 않는 날. 이렇게 됨으로써 이제 또 두 가지의 선택 가능한 옵션이 생겼다. 하나는 산타 크루즈의 센트로쪽에 있는 다른 공항인 el trompillo 공항에서 tam militar 항공사가 운행하는 수크레행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버스 터미널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다. 센트로의 el trompillo 공항과 버스 터미널의 위치가 멀지 않기에 일단 센트로로 향하기 위해 셔틀 버스를 타고 센트로쪽으로 나가기로 했다.

 

셔틀 버스는 미니 버스였는데 자리가 다 차면 출발하는 식이였다. 내가 탑승하고 나서도 빈자리가 찰 때 까지 조금 더 기다리다가 출발하였다. 기사 아저씨에게 버스 터미널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니 자신이 내리라고 하는 위치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버스 터미널은 물건을 잃어버릴 위험이 크니 조심하라며 일려준다. 그러면서 왜 볼리비아에 왔는지 물어본다.

 

여행하려고 왔어. 우유니 사막 갈려구.”

 

, 그렇구나. Bienvenido!(환영해!)"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성한 볼리비아의 산타 크루즈. 셔틀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니 주변 자연 환영이 차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본 차코보다는 조금 더 물이 풍족하고 푸른 식물들이 있었으나 날씨는 아순시온과 비슷한 뜨거운 상황이었고 최근 비가 오지 않았는지 조금 메말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셔틀 버스는 도시로 들어서고 있었고 도시는 꽤나 크고 좋아보였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생각을 바꿨다. 터미널이 아니라 센트로에 있는 el trompillo 공항으로 먼저 가서 비행기 티켓을 문의해보고 이도 안 되면 버스 터미널로 가는 것. 셔틀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공항으로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다행이도 이 버스는 그 공항까지 가는 것이었다. 친절했던 기사 아저씨는 비행기 티켓을 물어보고 자리가 없을 시에 대비해 버스 터미널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기까지 하였다. 버스비는 2 볼리비아노이니까 바가지 쓰지 말라는 고마운 충고와 함께. 그렇게 el trompillo 공항에 도착하여 tam militar에 비행기 티켓을 문의해보니 오후 33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으나 안타깝게도 이미 만석이란다. 그러면서 혹시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니 오후 3시에 다시 와보란다. 이 때 시간이 약 오후 120. 어찌할까 고민하던 중 수크레로 향하는 버스들 중 오후 4시에 출발하는 것이 있다고 본 기억이 나서 오후 3시까지 기다려 보고 그때도 자리가 없으면 버스 터미널로 가서 수크레 행 버스를 타기로 결론을 내린 뒤 공항 안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시간을 보냈다.

 

오후 3시가 조금 안되어 항공사로 다시 찾아가니 아직 자리가 없단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란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보니 비행기 탑승에 늦은 사람들이 부랴부랴 오기 시작한다. 항공사에서 정해놓은 탑승 시간은 비행기 출발 30분 전인 3시까지이지만 그 이후에 온 사람들은 어떻게든 비행기를 타려고 안절부절이었다.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였기에 그 상황이 조금은 재미있게 보였다. 작은 종이 박스에 구멍이 뚤린 채 그 속에 병아리인지 뭔지를 담아놓고 비행기에 타기 위해 por favor(부탁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조르는 사람, 항공사에 대고 마구 성화를 내는 사람, 자신보다 조금 더 늦게 오는 가족들에게 빨리 오라고 소리치는 사람 등. 사실 이들 중 누가 비행기를 못 타야 내가 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냥 아무래도 좋았다. 이것도 여행 중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탑승 예정자들이 모두 도착하였고 결국 난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되었다.

 

다시 도로로 나가 버스 터미널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기사에게 부탁했다. 자리에 앉아 있으니 옆에 앉은 현지인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니혼?” - 정확히 니혼이라고 발음했다.

 

아니, 한국 사람이야.”

 

, 안녕하세요.” - 또 정확히 안녕하세요라고 발음했다.

 

한국말 어떻게 알아?”

 

그냥 뭐... 알아.”

 

이 신기하고 친절한 아저씨가 버스 터미널 가까운 곳에서 내리도록 도와주었고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도 알려주었다.



버스 터미널은 공항 셔틀 버스에서 사람들이 알려준 대로 크고 번잡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물건을 잃어버릴 만한 분위기의 그런 곳이었다.

 

여행 전 이동 정보를 알아볼 때에 누군가가 수크레에서 산타 크루스로 오는데 이용한 버스에 대한 후기를 쓴 것을 봤었다. 버스는 cama(침대형 좌석) 버스로 너무 좋았고 편안했으며, 밤중에 푹 잘 잤었다는 후기. 그 버스 회사를 찾기 위해 터미널에서 이리저리 헤매던 중 어느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브라질?” -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브라질 이라는 단어만 들렸다.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국적을 묻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이야기 인줄 알고 거의 자동적으로 대답이 나왔다.

 

아니, 한국.”

 

그러자 아저씨는 난감함과 정색함 그 사이 어딘가의 표정을 지었다.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가만 생각하니 그 아저씨는 브라질행 버스표를 파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브라질행이 아닌 한국행 버스를 찾는다 이야기했으니...

 

터미널은 이리저리 둘러 다니다가 인터넷에서 본 그 후기의 회사를 결국 찾았고 수크레행 버스표를 물어보았다.

 

오후 4시에 출발하는게 있는데 이건 semi cama(반 침대형 좌석)이고 15시간 정도 걸려. 더 늦게 출발하는건 일반 버스야.”

 

내가 들었던 정보와 달랐다. cama가 아닌 semi cama. 이 말인 즉슨 버스 상태도 별로 안 좋을 수 있다는... 하지만 다른 선택 사항이 없었기에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버스 가격을 물었다.

 

“60 볼리비아노야.”

 

내가 생각했던 가격보다 저렴했다. 버스 상태가 안 좋은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상태가 좋을거라는 이 회사의 사정이 이러니 다른 버스 회사들도 거기서 거기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냥 버스 티켓을 구입하였다. 좌석을 정하고 내 이름과 여권 번호를 적었다.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탑승구에 가니 역시, 버스 상태는 좋지 않았다. 속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탑승하였더니 역시,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의자가 뒤로 젖혀지는 각도가 컸기에 다행이다 생각 하였다. 오후 4시가 넘었지만 역시, 남미. 출발 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버스는 드디어 시동을 걸고 움직일 준비를 하였다. 버스 회사의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버스 티켓을 구매할 때 기입하였던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가지고 이름을 부르며 탑승 여부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 ~~, ~~?”

 

한국 사람의 입에도 착 감기지 않는 권용승이라는 내 이름은 외국인들에겐 쥐약이다. 그래도 난 내 이름이 좋다.

 

승객의 호명을 마친 뒤 버스는 조금은 걱정되는 15시간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Posted by daydream1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