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투어나 다른 특별한 일정 없이 하루가 비는 날. 쿠스코는 별 생각 없이 그냥 돌아다니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라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았다. 씻고 아침을 먹은 뒤 숙소에서 나와 뚜렷한 목적도, 목적지도 없이 터덜터덜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잔뜩 끼어 있었다.
광장에 도착하니 전에 보지 못했던 인공 나무가 보라색, 파란색, 빨간색의 예쁜 잎이 장식되어진 채 곳곳에 심겨 있었고 한 쪽 끝에서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군인들이 모여 있었다.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골목들을 다니며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그러다가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잠시 쉬면서 인터넷을 하거나 일기 쓰고, 좀 쉬었다 싶으면 다시 길을 나서 여기저기를 다녔다. 오늘 하루는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었기에 느긋하게 시간을 즐길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꽤나 빨리 흘러갔다. 벌써 해는 저 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어느새 깊은 밤이 되었고 조금씩 비도 내리기 시작했으나 쿠스코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것이 아쉬워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늦은 저녁이었기에 참고서 차를 한 잔 주문했다. 주문한 음료를 받아들고서 앉을 자리를 찾아 가게를 둘러봤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사람은 별로 없었다. 덕분에 크고 둥근 창가 옆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창밖엔 어느새 적지 않은 비가 오고 있었다. 찾아오는 손님 없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조용히 맞고 있는 아르마스 광장은 조금은 차갑고 외로워 보였다. 가로등이 그런 아르마스 광장을 아무 말 없이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창밖으로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쿠스코에서의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