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쿠스코 근교를 다니는 종일 투어를 하고 마추픽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는 날. 오늘도 맞춰 놓았던 알람 시간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두통도 없었다. 마추픽추로 온 다음부터 두통이 사라졌다. 확실히 고산 지대에 적응을 했나 보다. 마추픽추, 특히 와이나픽추는 오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때까지 고산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어제와 같이 씻고 아침을 먹은 뒤 투어를 가기 위해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여행사로 갔다. 잠시 기다린 뒤 투어 참석자들이 집합하는 장소로 이동하고 투어 버스에 탑승하였다. 오늘의 가이드는 아주머니. 영어와 스페인어로 가이드를 해 주셨으나 역시 영어 발음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투어를 시작하며 가이드가 잠시 안내를 하는데 사람들이 시끄럽게 이야기하며 잘 집중하지 않자 조금은 경직된 말투로 집중을 요구했다. 무서웠다. 이번 투어에도 멀리서 온 여행자보다는 인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고 같은 나라인 페루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 극성수기로 들어서기 전이라서 그런가.

 

버스는 출발하여 쿠스코를 빠져나가 먼저 길 가의 터에 기념품 판매점과 작은 식당, 휴게소가 있는 곳에 들렀다. 한 쪽에는 전통 복장을 입은 원주민이 라마와 같이 있었다. 기념품 중에는 원주민 군대와 스페인 군대로 말을 만든 체스 판이 있었다.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목이 말라 마실 것을 사러 가니 잉카콜라가 있었다. 굴지의 음료 코카콜라마저도 페루에서 잉카콜라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1999, 코카콜라 회사가 잉카콜라 회사를 인수해버린 그 유명한 잉카콜라. 페루에 오면 꼭 마셔보리라 생각했던 음료였기에 냉큼 집어 들고 계산을 했다. 맛은, . 뭔가... 문방구에서 파는 간식 같은 맛?



다시 버스에 탑승하여 이동하던 중 경치가 멋진 곳에서 버스는 다시 한 번 멈췄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강과 그 주변의 논밭, 그리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과 저 멀리 구름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만년설.


 

잠시 경치를 구경 한 뒤 잉카 제국 시절 큰 도시 중 하나였던 피삭(Pisac)에 도착하였다. 엄청난 언덕길을 따라 올라온 곳인 만큼 이 곳에서의 경치도 좋았다. 처음 이곳에 들어오면 모라이에서 보았던 것처럼 계단식 밭이 펼쳐져있다. 굳이 낮은 지대를 놔두고 이렇게 높은 곳에 주거지를 만들고 계단식 밭을 만든 것은 외적의 침입을 막고 자연재해로부터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실제로 이 지역은 잦은 홍수 피해를 입고 있으며 몇 년 전엔 심각한 홍수로 인해 강 유역의 모든 논밭들이 침수되어 한 해 작물을 모두 날려버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에서 잉카인들은 낮은 지대의 편안한 곳을 놔두고 계단식 밭을 만들어 경작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가 가지는 장점을 가이드로부터 더 들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론은, 그 옛날 조상들이 참 지혜로웠다는거.




피삭에 입장한 뒤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구멍이 많은 절벽을 볼 수 있다. 처음엔 그냥 물에 잘 녹은 부분이 흘러나간거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이 곳에서 가이드는 일행을 잠시 멈춰 세워놓고 절벽에 보이는 구멍 하나하나가 예전 시체를 넣어놨던 무덤이라 설명해주었다. 저 가파른 곳에 무덤이라니. 저걸 만들고 시체를 넣는다고 정말 고생 많았겠다 싶었다.



무덤을 지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데 역시 고산은 고산이었다. 그리 많이 올라간 것 같지 않았는데 숨이 차올랐다. 이런 상황에 머리까지 아팠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랴. 정말 두통이 없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꾸역꾸역 계단을 밟고 올라가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도착하니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숨을 마구 몰아쉬는 사람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정상에서 잠시 주변을 구경하며 숨을 돌리고 있으니 가이드가 자유롭게 둘러보고서 몇 분 후 버스에서 다시 모이자고 전달하였다. 천천히 내려가며 피삭을 다시 둘러보고 버스에 탑승하였다. 이번에 향하는 곳은 마을에 있는 은을 다루는 가게. 그리 오래 가지 않아 도착하여 가게에 들어가니 구석에서 은 공예품을 제조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고 이 곳의 은이 왜 질이 좋은지 등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잘 알아듣진 못했지만 어쨌든 지금 이 가게에서 파는 은이 좋다는 이야기.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조금은 귀찮을 정도로 이것저것을 추천하며 이 곳의 가격과 제품의 질이 훨씬 좋다면서 구매를 재촉한다. 그 중에 예쁜 것이 있어 가만히 보고 있는데 비슷한 것, 안목이 달라서 그런 건지 사실 내가 보기엔 전혀 비슷하지 않은 다른 물건들도 자꾸 가져오며 이건 어떻냐, 저건 어떻냐 물어온다. , 귀찮다. 한 제품의 가격을 물으니 얼마를 말한 뒤 특별히 할인하여 얼마에 주겠단다. 그래 뭐, 항상 특별하지. 가게 한 바퀴를 돌며 둘러보고 있으니 어느새 내 옆에 붙은 직원이 바뀌어 있다. 하지만 똑같이 귀찮을 정도로 자꾸 말을 걸고, 추천하고, 묻는다. 인내심 있게 둘러보다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좀 전에 물었던 제품의 가격을 다시 물으니 전혀 다른 가격을 부른다. 그러고선 또 특별히 할인하여 얼마에 주겠단다. 안 특별한 게 뭐니 도대체. 처음 들어올 때 이 곳에서 나는 은의 우수함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니 혹 하는 마음에 뭔가 하나를 살 까 싶었지만 직원들끼리도 부르는 가격이 다른 걸 보니 어떻게 바가지를 쓸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그냥 참았다.



다시 버스에 탑승하여 이동한 곳은 점심 식사를 하는 곳. 이 투어를 예매할 때 뷔페식당을 포함하여 예약을 할 수 있었는데 그리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기에 그냥 포함시켜서 투어를 예매하였었다. 식당에 내려서 보니 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음료는 따로 계산하여야 되었고 그리 고급스러워 보인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음식은 나쁘지 않았다. 접시에 이것저것을 담아 몇 번을 우걱우걱 먹었고 이젠 좀 식사를 마무리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빈 접시를 들고서 디저트 코너로 갔다. 무엇이 있나 둘러보던 중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이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쌀을 죽처럼 만든 것 위에 시럽을 얹어 먹는 음식이었다. 예전 인터넷에서 세계의 특이한 후식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페루에는 쌀로 된 후식이 있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났다. 냉큼 접시에 덜어서 시럽을 뿌린 뒤 자리로 돌아와 맛보았다. .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뭐랄까... 죽 위에 시럽? 쌀을 후식으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죽과 시럽 맛이 함께 나는 첫 술에 조금 난감하였고 먹을수록 기대하지 않았던 맛이 났다. 내가 시럽을 덜 뿌린 걸까, 아님 이 곳의 조리가 좋지 못한 것일까. 하지만 이렇게 말해놓고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난 좀 대단한 것 같다.




밥을 다 먹고 잠시 쉰 뒤 오얀따이땀보로 이동하였다. 투어 일정상으론 이 곳 다음에도 더 들릴 곳이 있으나 나는 이 곳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향하는 기차를 타야하기에 나에게는 오늘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인 것이다. 한참 이동 한 뒤 오얀따이땀보로 들어오면서 마을을 슥 둘러보니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아무런 기대가 없었던 탓인지 생각보다 예뻤으며, 많은 숙박업소와 식당을 보니 적지 않은 여행객들이 단순히 투어로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이동하여 머물기도 하는 그런 마을인 듯 했다. 좀 더 마을 깊숙이 들어가니 저 앞에 산을 따라 지어진 유적지가 보였다. 지어진 당시, 평소에는 경작지로 사용되다가 적이 침입할 땐 요새로 쓰였다는 곳. 큰 훼손 없이 보존이 매우 잘 되어 있는 이 곳은 또한 지진에서부터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사용된 공법과 돌을 깎기 위해 사용된 기술, 그리고 저 멀리 맞은 편 산에 보이는 식량 창고와 1년에 한 번씩 낮이 가장 긴 날에 해가 떠오르는 위치의 산비탈을 사람 얼굴 형상으로 깎은 것 등 많은 부분에서 그 시절 사람들의 지혜가 스며들어 있었다.








꽤나 가파른 산을 따라 지어진 건축물인데다 고산 지대인 배경에 이곳을 따라 올라가는 것은 상당히 숨이 차오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힘들고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간 뒤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 경치는 힘듦을 충분히 보상할 만 했다. 잠시 개인 시간이 주어진 뒤 우리 투어 팀은 산 아래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따로 좀 더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고서 내려가니 아직 다 모이지 않아 잠시 기다려야했다. 그 때 가이드가 말을 걸어왔다.

 

너 체력 좋다! 잘 올라가더라?”

 

그래? 다행이다. 내일 와이나픽추 올라가야 하는데.”

 

너 여기서 투어 끝내고 기차 탄다고 했지? 남는 시간 동안 건너편에 보이는 산중턱의 식량 창고에도 한 번 올라가는 건 어때? 거기서 보이는 석양이 정말 멋져.”

 

... 내일 와이나픽추도 가야되는데...”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고민이 되었다. 식량창고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 석양도 보고 싶었지만 고되기로 소문난 와이나픽추 등반을 내일 앞두고서 오늘 무리했다가 행여 몸에 무리가 가거나 아직도 조심스러운 고산 증세로 인한 두통이 도질까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 곳으로 가는 길을 몰랐지만 일단 가까이 가기로 했다. 큰 길에서 벗어나 잉카 제국 시절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구석으로 점점 들어가 산 아랫자락까지 다다랐으나 집들만이 그 둘레를 둘러싸고 있었을 뿐이었다. 눈을 들어 가까워진 식량창고를 바라보니 몇 사람이 자리를 잡고 눈앞에서 산 너머로 곧 사라질 태양을 응시하고 있었다. 더욱 올라가고 싶은 생각에 산 둘레를 따라 더욱 깊숙이 골목으로 들어갔으나 여전히 집들이 산으로 올라가는 방향을 막고 있었다. 계속 해서 서성거리며 길을 찾았으나 그 사이 시간이 꽤나 흘러버렸고, 해는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벌써 산 중턱에 걸쳐 하루를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 올라가기를 포기했다. 고심 끝에 올라가 보기로 결정했던 터라 더욱 아쉬움이 남았지만 여행 중에 어떻게 마음대로 다 할 수 있겠냐 생각하며 훌훌 털어버리고 마을 중심가로 다시 돌아왔다.




마을로 돌아와 보니 기차 탑승 시간까지 아직 약 2시간이 남아 있었다. 기차역이 가까이 있었기에 미리 갈 필요도 없어서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내다가 역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저기를 서성이다 마을 광장 한쪽에 있는 2층짜리 식당의 2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서 생과일주스 한 잔을 주문했다. 테라스가 매우 작아 겨우 끼어 들어간 작은 테이블과 의자는 서로 높이가 다른 테라스와 건물 안쪽에 두 다리씩 걸터앉아 있던 지라 약간 기울어져 있었으나 한 눈에 들어오는 광장과 산들, 유적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여행 가이드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전망도 즐기며 있노라니 두 시간 정도는 그냥 훌쩍 지나가버렸다. 카페에서 나와 기차역으로 향했다. 마을 중심에서 벗어나기 시작 한 시점부터 길 옆에서 따라오기 시작한 개울은 보기에도, 듣기에도 시원했다. 곧 길 끝에 다다르니 몇 식당과 상점들이 길 양쪽으로 들어서 있었고 기차역이 그 곳에 있었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 기차가 도착했다.


예약했던 좌석을 찾아갔다. 신기하게도 옆 좌석에는 한국 아주머니가 계셨다. 남편분과 함께 여행을 왔는데 그 분은 45일 일정의 트래킹 투어인 잉카 트레일로 마추픽추로 향하고 계시고 내일 그 곳에 도착 예정이시란다. 아주머니께선 그 곳에서 남편분과 만나기로 하신 것이다. 잉카 트레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그 투어에 도전하신 그 분이 참 대단해 보였다. 기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자리를 잡으며 앉을수록 너무 시끄러워졌다. 이러다 기차가 출발하면 좀 조용해지겠지 생각했는데 출발을 했는데도 도저히 조용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도 친구들과, 혹은 여행 중에 만난 일행들과 함께 마추픽추를 보러 가게 된다면 그 사실에 흥분해서 저렇게나 시끄러워질까. 주변에 몇 사람들이 눈치를 줬음에도 너무 시끄러웠다. 화가 날 정도였지만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너도 나도 다 시끄러워지는 분위기 속에서 어찌하랴. 그냥 조용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었다. 기차는 깔끔하고 가는 도중에 작은 과자 하나와 마실 것을 간단히 내 주는 등 서비스는 좋았으나 너무 심하게 흔들렸다. 그 짧은 거리를 가는 기차 티켓을 나름 싸게 끊어 편도로 약 5만원이 좀 넘는 돈을 줬는데도 테이블에 커피가 들어있는 잔을 놓기가 불안 할 정도로 흔들린다는 사실이 탐탁찮았다. 비현실적으로 비싼 기차 티켓으로 인해 몇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가장 멀리까지 이동한 뒤 기찻길을 따라 몇 시간을 걸어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골짜기의 기찻길을 따라 흔들리며 어둠을 헤치던 끝에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하였다. 역 밖으로 나가니 마을 중앙에는 계곡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양쪽으로 숙박 시설이나 식당 등이 줄지어 있었다. 산 속에 작게 있는 마을이 예뻤다. 역에서 나온 뒤 기차 옆자리에 앉으셨던 아주머니가 예약해놓으신 호텔을 찾는 것을 도와드린 뒤 여행 가이드북에서 봐놓았던 숙소로 갔다. 아직 제대로 된 성수기가 아닌 터라 방은 많이 있었고 방을 한 번 확인하였다. 계곡이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탓에 이 곳은 습기가 많았고 그 때문에 저렴한 숙소인 이 곳엔 꿉꿉한 곳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곰팡이 냄새가 났다. 그걸 빼고선 나름 괜찮았다. 화장실도 방에 딸려 있었고 인터넷도 잘 됐다. 로비로 다시 내려가 가격을 물어보니 30. 한화로 약 만 원. 여행 가이드북에서 20솔로 봤었지만 몇 년 지난 정보에다가 성수기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숙소도 좀 더 둘러보고 싶었던지라 인사를 하고 나오려 하는데 등 뒤에서 짧고 굵은 소리가 들렸다.

 

“25!”

 

아하. 방이 많이 비어있었기에 흥정이 가능한 상태인 듯 했다. 말을 듣고서 뒤돌아보는 그 짧은 순간 동안에 어떻게 할지 엄청 고민했다. 이 가격을 받아? 그냥 더 낮게 한 번 불러 봐? 고민 끝에 아무 말 하지 않고 마땅찮은 표정을 보이며 ...’이라고 소리를 얕고 길게 빼며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에게 물어 왔다.

 

얼마를 원해?”

 

오호라. 어깨를 으쓱하며 한 마디 하였다,

 

20솔인줄 알았는데...”

 

그래 오케이. 20.”

 

오오오. 큰 노력 없이 10솔을 깎았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숙소도 보고 싶었기에 좀 더 둘러본 뒤 오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씁쓸한 웃음을 나에게 지어보이며 그 땐 20솔 안 해줄 거야라며 이야기했다. 그 땐 나도 여기 안 머물 거야.

 

다른 곳을 찾아 나선 뒤 주변을 잠깐 돌아다녀봤지만 딱히 들어가서 보고 싶은 모습을 띈 숙소는 없었다. 대충 찾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20솔을 부른 그 숙소로 돌아갔다. 로비로 들어가면서 씩 웃어보이며 이야기 했다,

 

흐흐흐 20솔에 해 줄 거지?”

 

흐흐 알았어.”

 

다행히도 다시 20솔에 합의를 보고서 체크인을 하였다. 짐을 풀고 씻은 뒤 숙소 옆에 있던 슈퍼로 내려가 내일 먹을 간식거리와 음료수 등을 샀다. 그런데 물가가 장난 아니다. 엄청 비쌌다. 이 가격이 이 마을의 보통 가격인지, 아니면 이 곳이 비싼 건지 몰랐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던지라 다른 슈퍼를 찾아 나서기도 뭐해서 그냥 사버렸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는데 무슨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자세히 들어보니 엄청난 빗소리였다. 설마 내일도 오려나 싶어 숙소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보통 이렇게 밤에만 비가 많이 와? 아니면 낮에도 와?”

 

밤에 주로 비가 와. 근데 낮에 올 때도 있어.”

 

... 설마 내일도 비가 이렇게 오려나... 그럼 정말 비 쫄딱 맞으며 마추픽추를 봐야 하는 상황.

 

내일이면 드디어 마추픽추를 보러 가는 날이다. 남미에 오면서 꼭 보고 싶었던 우유니 사막과 마추픽추. 우유니는 보았으니 이젠 마추픽추 이 하나만 남았다. 제발, 비만 오지 말아라.


Posted by daydream1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