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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ta pronto 이른 아침 창 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따가운 햇살, 그 햇살에 바짝 말라가는 빨래, 치빠를 팔며 돌아다니는 자동차의 확성기 소리, 아랫집에서 울려오는 음악 소리. 무감각하게 매일같이 반복되던 일상과 주변의 모습, 그리고 소리들.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것들이 귀국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던 순간, 하나하나가 곧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그 모습을, 그 소리를, 그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기억 속에 자세히 간직하고 싶어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차분히 가슴 속에 가라앉혔다. 마지막. 아무리 되뇌고 곱씹어 봐도 씁쓸함과 아쉬움이 아련한 추억처럼 마음속을 감돌게 하는 가볍지 않은 그 말. 마지막이 될 것들을 향해 작별을 고하며 마음의 준비를 할 때에 가장 힘든 것은 사람들과의 안녕. 누..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5. 20.
또 다른 준비 일을 하는 중 주변에 누가 있거나 나를 보고 있으면 집중이 잘 되질 않아 자연스레 기관 구석에 잡게 된 내 자리. 가장 구석인데다가 조금 어두침침하기도 하여 동료들은 나를 어두운 동굴 속에 있는 괴물 같다며 놀리기도 하였다. 여느 때처럼 이 자리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자판을 두드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기관장은 청소를 하고 있었고 오며가며 나에게 말을 걸어와 잠깐씩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내가 앉은자리 쪽에 볼 일이 있어 오게 되면 가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기에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대화를 하던 중 조금은 색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건네 오기 시작했다. “봉사 단원이 2년간 온 뒤 함께 일을 하며 서로를 알게 되고 그렇게 관계를 맺어가는 것은 좋지만 임기가..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3. 13.
Billie Jean 보름달이라 하기엔 아주 조금 부족했던 달이 뜬 저녁,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어느 다용도 공간에서 사람들이 결혼식 연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여러 색의 천으로 연회장을 꾸며놓고 그 곳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그 곳의 배경 음악으로는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이 어색하지만 신나게 흐르고 있었다. 빌리 진은 내 사랑이 아니야 나 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냥 한 소녀일 뿐이야 그 아이는 내 아들이 아니야!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3. 3.
Hallarse 삐라주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렵게 찾아다닌 끝에 구했던 집 앞에는 한 할아버지가 살았다. 작은 키에 약간 굽은 등, 까맣고 쭈글한 피부에 후줄근한 옷과 모자. 예전엔 북쪽의 차코 지방에서 살았으나 결혼을 하면서 아래로 내려와 삐라주에 정착했다는 할아버지. 음식과 도움 등을 서로 주고받으며 처음으로 가까워진 이웃이었다. 스페인어가 지극히 짧던 시절이라 소통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꾸역꾸역 이야기를 주고받던 관계였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물어왔다. “¿Te hallas?" 여느 날처럼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 못했다는 제스처를 취하니 할아버지는 한 번은 빠르게, 한 번은 느리게, 이리저리 방법을 바꿔보며 내 머릿속 저 깊숙이 어딘가에 기억되고 있을지 모를 단어의 뜻을 찾아내 떠올릴 수.. 공감수 1 댓글수 0 2015. 2. 27.
특별함 평범함에서 벗어나 특별한 것을 찾기 위해 떠나는 거친 시간들. 그러나 그 끝에서 찾게 되는 것은, 모순되게도, 평범함이 가장 특별 할 수도 있다는 것.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2. 20.
오늘은 내가 삐라주 봉사단원 밤늦게 아순시온에서 삐라주로 돌아오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늦은 때라서 막차가 벌써 지나갔으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에 조금은 불안했다. 아순시온에서 삐라주 버스를 기다리는 것 보다 삐라주로 들어오기 전 마을인 으빠까라이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타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 것 같아 먼저 으빠까라이로 이동하였다. 행여 으빠까라이에서 버스가 끊기더라도 오토바이 택시인 모토택시를 이용하면 삐라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으빠까라이의 삐라주 버스가 오는 곳으로 가니 현지인들이 꽤나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막차가 끊기지 않은 듯 했다. 다행이었다. 길가에 대충 걸터앉아 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렸다. 그런데도 버스가 오지 않자 점점 불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더욱 흐를수록 같이 기다리던 현지인 하나 둘 씩 어딘가.. 공감수 1 댓글수 1 2015. 2. 19.
12일, 마지막 날 - 페루, 리마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여느 때처럼 씻고 아침밥을 먹은 뒤 짐을 쌌다. 짐이 얼마 없었기에 가방에 대충 주워 담으면 끝인지라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리셉션에 갔다. 이미 볼 일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어 뒤에 서서 기다렸다. 옆에 특이한 상자 하나가 보였고 그 위에 글이 써져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숙소와 한 NGO 단체가 함께 하여 여행자들로부터 옷이나 침낭, 신발 등을 기부 받는 상자였다.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파라과이에 돌아가면 입지 않을 등산용 자켓과 트레이닝복 바지를 꺼내 넣었다. 크리스마스니까. 여행 마지막 날이니까. 꽤나 부피를 차지하는 옷들이었기에 이 둘을 빼고 나니 배낭의 부피가 거의 반으로 줄었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체크아웃을 끝내고서 숙소 .. 공감수 0 댓글수 1 2015. 2. 19.
11일, 밤 - 페루, 리마 센트로쪽에서 메트로폴리타노를 타고서 숙소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이미 해가 다 떨어진 저녁. 하지만 이렇게 숙소에 들어가서 쉬다가 여행의 마지막 밤이 밋밋하게 흘러가버릴 것을 생각하니 점점 아쉬워졌다. 별 생각, 기대 없이 시작한 여행이었으나 마지막이 다가왔음에 점점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 밤을 좀 더 질질 끌고 싶은 생각에 어떻게 해야 할 까 잠시 고민하다가 바닷가로 가기로 했다. 한국을 떠난 뒤 바다에 가는 것은커녕 간접적으로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해산물조차도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고서는 접할 수 없었던 근 2년. 바닷가로 가자.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사랑의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한 쪽에는 현지인 가족이 있었다. 꼬마 아이 둘이 꺄르르 웃으며 뛰어 놀던 중 부모가 무엇인가를 주..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2. 19.
11일 - 페루, 쿠스코 → 페루, 리마 쿠스코를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과 함께 침대에서 눈을 떴다. 점심때 즈음에 리마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오전동안 그냥 기다리기만 하다가 공항으로 가기엔 너무 아까워 밥이라도 사먹자는 생각에 숙소에서 제공하는 매우 간단한 아침 식사는 그냥 건너뛰고 밖으로 나갔다. 가보고 싶은 식당이 있어 그리로 바로 향했으나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아님 일요일이어서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다른 곳이라도 가야겠다 싶어 주변을 돌아다녔으나 역시 문을 연 가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고민하던 끝에 한 가게에 들어갔다. 다른 선택이 없어서 온 것인지 손님은 꽤나 있었다. 자리에 앉고 메뉴판을 보는데 다양한 음식이 조금씩 함께 나오는 메뉴가 있어서 이를 주문했다. 종업원은 주문을 받더니 양이 엄청 많다고, 다 먹을 수 있겠냐며 물..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2. 18.
10일 - 페루, 쿠스코 오늘은 투어나 다른 특별한 일정 없이 하루가 비는 날. 쿠스코는 별 생각 없이 그냥 돌아다니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라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았다. 씻고 아침을 먹은 뒤 숙소에서 나와 뚜렷한 목적도, 목적지도 없이 터덜터덜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잔뜩 끼어 있었다. 광장에 도착하니 전에 보지 못했던 인공 나무가 보라색, 파란색, 빨간색의 예쁜 잎이 장식되어진 채 곳곳에 심겨 있었고 한 쪽 끝에서는 무슨 행사가 있는지 군인들이 모여 있었다.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골목들을 다니며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그러다가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잠시 쉬면서 인터넷을 하거나 일기 쓰고, 좀 쉬었다 싶으면 다시 길을 나서 여기저기를 다녔다. 오..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2. 15.
9일 - 페루,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 페루, 마추픽추 → 페루, 쿠스코 아침 일찍 일어났다. 사람이 별로 없을 때인 개장과 동시에 입장하고 싶었고 오랜 시간을 마추픽추에서 보낼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고 싶었다. 대충 씻고 어제 사놓은 간식으로 아침을 대충 먹은 다음 마추픽추 입구에서 맡길 짐과 가지고 다닐 짐을 구분하여 싸고서 방을 나왔다. 숙소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리셉션 책상에 열쇠를 올려놓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캄캄했고 공기는 꽤나 차가웠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마추픽추로 향하는 이른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마추픽추를 다녀오는 왕복 버스표는 어제 숙소로 가던 길에 미리 끊어놨기에 바로 버스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가 열려 있었다. 이 곳은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이 이동하기에 이 시간에 ..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2. 8.
8일 - 페루, 쿠스코 → 페루,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오늘은 쿠스코 근교를 다니는 종일 투어를 하고 마추픽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는 날. 오늘도 맞춰 놓았던 알람 시간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두통도 없었다. 마추픽추로 온 다음부터 두통이 사라졌다. 확실히 고산 지대에 적응을 했나 보다. 마추픽추, 특히 와이나픽추는 오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때까지 고산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어제와 같이 씻고 아침을 먹은 뒤 투어를 가기 위해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여행사로 갔다. 잠시 기다린 뒤 투어 참석자들이 집합하는 장소로 이동하고 투어 버스에 탑승하였다. 오늘의 가이드는 아주머니. 영어와 스페인어로 가이드를 해 주셨으나 역시 영어 발음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투어를 시작하며 가이드가 잠..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2. 7.
7일 - 페루, 쿠스코 오늘은 쿠스코 근교 반나절 투어로 모라이(Moray)와 살리네라스(Salineras)를 보러 가는 날이다. 여행이라는 기분 좋은 느낌과 하루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서인지 맞춰 놨던 알람 시간보다 훨씬 일찍 눈이 떠졌다. 일부러 좀 더 자 보려고 눈을 감고 있었으나 그냥 빨리 일어나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침대에서 일어나... 응? 그러고 보니 고산 증세로 인한 두통이 없다. 새벽에도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곤히 잠들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제부터 두통이 없었다. 드디어 고산에 적응을 한 것인가? 드디어 두통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이런 개운한 느낌의 아침을 얼마 만에 맞이하는 것인지 너무 감사했다. 몸에 불편함이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혹시 어찌..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2. 4.
6일 - 페루, 쿠스코 이틀 연속 버스에서 맞이하는 아침. 다행히 피로가 쌓이거나 하는 일들로 인해 여행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은 없는 듯하다. 문제는 고산 증세로 인한 두통. 이게 문제. 시계를 보니 도착 예정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어제 라파스에 들어갈 때처럼 주변엔 산이 보이고 점점 번화한 모습이 드러나는 걸 보니 쿠스코에 들어서고 있는 듯 했다. 옛 잉카 제국 시절 수도 역할을 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관광지로 유명하고 마추픽추에 가기 위한 관문인 쿠스코. 버스를 타고 들어서며 보았던 도시는 생각했던 것 보다 컸고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깔끔하고 차분해 보였다. 버스는 곧 터미널에 도착하였고 버스에서 내려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들을 뿌리치고 큰길가로 나왔다. 머리에는 약간의 멍한 느낌이 있었으나 고산.. 공감수 0 댓글수 0 2015. 2. 1.
5일 - 볼리비아, 라파스 → 페루, 쿠스코 달빛과 별빛을 받으며 어둠 속에서 달리던 버스는 조금은 황량한 길 가에 덩그러니 있던 식당 슈퍼에서 잠시 멈췄다. 차에서 내려 화장실만 잠시 다녀온 뒤 다시 차에 탑승하였다. 새벽 버스는 생각했던 것처럼 꽤나 추웠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일부러 약간 두껍게 옷을 입고 있었고 외투 역시 쉽게 꺼내 입을 수 있도록 짐을 꾸려놓았었다. 외투는 우유니 소금 사막 투어 때 입고 있었고 사진을 찍느라 물 위에서 뛰기도 하면서 소금물이 튀는 바람에 여기 저기 소금이 하얗게 말라 있는 상태라 웬만하면 꺼내 입지 않으려 했었다. 그러나 지저분한 게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의 추위가 시급했기에 망설임 없이 외투를 꺼내 몸을 덮었다. 다행히 이 외투 하나만으로도 추위를 막기에는 충분했다. 가만히 뒤로 젖혀진 의자.. 공감수 0 댓글수 2 2015. 1. 30.
4일 - 볼리비아, 우유니 → 볼리비아, 라파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오늘 새벽도 엄청난 두통으로 인해 몇 번을 깼다가 잠들었다. 그러기를 반복하던 중 어느새 해가 뜨고 아침이 밝았다. 해가 밝는 것 마냥 내 머리에도 광명이 찾아와 두통을 쫓아내주면 좋으련만 찾아오는 것이라곤 지끈거리는 괴로움뿐이었다. 이 상태라면 어젯밤 일출 투어 신청에 성공했더라도 그 투어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곤욕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일출 투어를 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어제 우유니 사막 투어 중 오후에 상태가 조금씩 나아진다고 몸을 많이 움직였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아님 아직 적응이 덜 된 것일까. 그 와중에 다행이었던 것은 허리 통증은 사라졌다는 것. 아무튼 지긋지긋한 두통과 함께 하루가 시작되었다. 한 동안 계속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 공감수 0 댓글수 1 2015. 1. 26.
3일 - 볼리비아, 우유니 새벽 중에 몇 번 잠에서 깼다. 잠들기 전 아프던 머리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깰 때마다 두통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나의 기대를 무참히 깨버리는 지끈한 두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에서 깨니 두통이 느껴졌던 걸까, 아니면 두통 때문에 잠에서 깼던 것일까. 그렇게 깨고 다시 잠들기를 몇 번 반복하나 보니 아침이 되었다. 일어나려고 했던 시간보다 조금 이른 때였으나 이만하면 충분히 잤다 싶은 마음에 침대 위에서 꿈틀거리는데, 아뿔싸. 두통이 너무 심하다. 일어나 앉기조차 힘든 두통이다. 오늘 아침 8시까지 여행사에 가서 투어를 할 것인지 확정해야 하는데 이 상태라면 투어는 둘째 치고 당장 여행사까지 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아니, 침대에서 일어날 수 나 있을까. 조금 움직여 보려고 할 때 마다 머리..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2. 29.
2일 -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 수크레 → 포토시 → 우유니 수크레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버스는 조금씩 도시를 벗어났고 난 잠시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주변 경관은 도시가 아닌 시골이 되어 있었고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점차 해는 지고 달이 떴다. 거의 보름달이었다. 원래 달이 이렇게 밝았나 싶을 정도로 그 밝기는 사람이 만들어 낸 빛이 하나 없는 산과 들을 밝게 비추었고 달을 두 눈으로 직접 쳐다볼 때엔 눈살이 찌푸러질 정도였다. 이 곳의 태양이 한국 보다 강한 만큼 달빛도 밝은 것일까. 버스는 저녁 8시 즈음 어느 작은 마을의 식당에 약 20분간 정차했다. 이 시간을 이용해 저녁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버스에서 마실 음료수를 사고 나왔다. 그래도 남은 시간 동안 주변을 둘러보던 중 팝콘을 파는 어린 소녀가 있었다. 얼마인지 물어 봤다. 외국인이 말을..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2. 28.
1일 - 볼리비아, 산타 크루즈 옆 나라인 만큼 그리 오랜 시간을 비행하지 않고 볼리비아의 산타 크루즈에 도착하였다. 볼리비아의 유일한 나의 목표는 우유니 사막이었다. 이제 그 쪽으로 움직이면 된다.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적에 산타 크루즈에서 우유니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 볼리비아의 다른 도시로 들어가거나 우유니로 바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티켓을 검색해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졌었다. 그래서 패스. 결국 볼리비아는 산타 크루즈로 들어가기로 결정하였고 그 곳에서 우유니로 이동하는 방법을 검색하였다.산타 크루즈에서 우유니로 가기 위한 방법으로는 전부 버스로 이동하는 것과 비행기로 수크레까지 간 다음 버스를 타는 것. 버스를 이용할 경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그 만큼 이동 경비는 저렴했다. 하지만 문제는 산타 크루즈에서 수.. 공감수 0 댓글수 1 2014. 12. 28.
어정쩡한 출발 자각하지 못하던 사이 2014년은 홀로 지긋한 속도로, 끊임없이 흘러 마지막 달, 12월에 나를 내려놓았다.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올 한 해 동안 마음이 참 바빴다. 정작 실제로 한 일의 양, 그 일들을 위해 실제로 투자한 시간들을 따지자면 그리 큰 시간들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은 그 실제 투자한 시간의 양을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뒤쳐진 채 쉬다 가자고, 조금만 앉았다 가자고 보채기에 바빴다. 그렇게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언젠간 꼭 보고 싶었던 우유니 사막과 마추픽추만은 직접 조우해보겠다며 비행기 티켓을 검색해보기 시작했고 결국 2014년 12월 5일, 볼리비아로 향하는 티켓을 구입하였다. 그러나 손에 쥔 티켓도 마음에 여유를 주진 못했다. 여행에 대한 기대와 부푼 마음을 품기는커녕 국외 ..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2. 28.
한 입만 저 구름 한 입만 먹어 봤으면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1. 27.
코이카 333 프로젝트 이 곳 파라과이에서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해오고 있는 활동들 중 조금 특별한 활동이 하나 있다. 코이카 333 이라 불리는 치아위생교육 활동이다. 이는 64기 파라과이 선배 단원들이 만든 활동으로 분기에 한 번씩 단원이 활동하는 기관에 방문하여 치아위생교육 및 다른 활동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활동을 하며 아이들에게 나눠줄 칫솔과 컵, 그리고 교육 중에 필요한 치약과 여러 물품들은 모두 코이카의 별 다른 지원 없이 프로젝트 회원으로 참석하는 단원들이 사비로 내는 회비를 통해 구매되는 형태이다.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하여 때로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대중교통을 활용해 이동하고 원활한 교육 진행을 위해 대본 및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하고 연습한다. 파라과이의 아이들, 그리고 성인들을 보면 치아 상태가 ..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1. 26.
파라과이, 이따뿌아 주(Departamento de Itapúa, Paraguay)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1. 14.
정말 고마워 얘들아 다른 지방으로 이동할 일이 있었다. 동네 버스를 타고서 큰 도로로 나와 갈아탈 버스를 기다렸다.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타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한 번 더 갈아탈 생각을 하고서 그 쪽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얼마 가지 않아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 하지만 조금은 좋아 보이는 2층 버스였기에 내가 탈 수 있을까 싶었지만 손을 들어 탑승 의사를 밝히니 흔쾌히 세워준다. 나이스. 1층에 빈 좌석이 있기에 그 곳에 앉고 버스비를 지불하였다. 크고 좋은 버스이니 만큼 요금이 비교적 비쌌다. 하지만 그 만큼 더 버스 상태가 양호하니깐, 이라고 생각하며 불평하지 않고 요금을 지불했다. 그런데 이 버스, 괜히 나를 태워준 버스가 아니었다. 크고 좋은 버스였음에도 가는..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1. 13.
한국에서 파라과이로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1. 13.
한 해가 넘어간다 11월이 되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만을 남겨놓게 되는 11월. 그 곳에 서있다.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달력이 나온다. 새로운 다이어리가 나온다. 그러나 난 아직 올 한 해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금껏 여러 해를 보내 왔지만 아직도 시간의 흐름이 가지는 그 속도에 적응 하지 못했다. 그 녀석이 달리는 속도, 여전히 과속으로만 느껴진다. 천천히 가라고, 무엇이 그리 바쁘냐고 달래 보지만 굳이 가겠단다. 자기만의 속도로 그렇게 가겠단다. 그렇다고 난 이 곳에 서서 아직 이르다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버티지는 못하리라. 1이라는 숫자가 더해진 달력과 다이어리가 나온다. 나에게도 1이라는 숫자가 더해질 준비를 하라고 재촉한다. 정말 더해야 되니, 라고 묻지만 묵묵히 재촉할 뿐이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1. 10.
어색한 익숙함 친형 결혼식이 있어 국외 휴가를 사용하여 한국에 잠시 다녀왔다. 형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많은 고민을 했다. 한국을 다녀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본래 그 시간과 왕복 비행기 삯이 아까워 국외 휴가로 한국을 다녀 올 생각은 전혀 없었다. 부모님은 알아서 결정하라고 하셨다. 마음 같아선 당장 오라고 하고 싶으셨겠지만 내가 남미에서 보낼 수 있는 국외 휴가의 기간에 제한이 있다는 것, 한국으로 오가는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 그리고 내가 다른 세상을 좀 더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시기에. 형은 그냥 오지 말라고 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게 본인이 원하는 것이란다. 사실 한국으로 가지 않는 것으로 마음이 조금 더 치우쳐져 있었다. 그러다 문득, 형이 결혼하는 순간에 내가 다른 나라는 여행하는 ..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1. 10.
한 움큼의 한 움큼의 마음을 떼어 내어 입으로 빚어내고 그 만큼의 이야기를 고즈넉이 보낸다. 한 움큼의 이야기를 받아 내어 가슴으로 빚어내고 그 만큼의 차가움을 뜨겁게 앉혀낸다.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0. 25.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 나라는 존재가 어느 누군가에게, 혹은 어느 집단에게 혹시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는 아닌가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곱씹고 곱씹던 한 날이 있었다. 잠자리에 눕고 잠에 드는 순간까지도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았고 그 순간 혹시나 정말 그런 건 아닌지, 환영하고 반가워할 만한 존재가 아닌 불편하고 껄끄러운 존재인건 아닌지 하는 고민이 꽤나 큰 존재감으로 다가와 내 잠재의식 속에 조용하게, 그러나 강하게 내리 꽂혔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꿈을 꿨기 때문이다. A의 집에 방문하였다. 무슨 날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우연이었는지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와 있었다. 약간은 어수선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한층 들 떠있는 분위기였다. 나 또한 그러한 초대, 혹은 우연한 방문에..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10. 3.
오래 되었구나 파라과이에서 보낸 시간이 이제 1년 하고도 반을 향해 지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느낌상 이 곳에서 머문 시간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것만 같다. 월마다 해야 하는 업무 등을 하면서 이렇게 또 한 달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은 하지만 파견 된지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해 그리 크게 의식하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최근 가깝게 지내던 기수가 임기를 마치고 다들 파라과이를 떠났다. 처음 파라과이에 왔을 때만 해도 이 기수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우리 기수와 비교적 파견일이 가까운 선배들이었고 그래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들이라고 그렇게 생각해왔는데 언젠가부터 당신들은 이제 곧 갈 사람들이라 한다. 그러나 그 말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았고 뭔가 농담처럼만 느껴졌었다. 그런데 정말 갔다. 2년이란 시간을.. 공감수 0 댓글수 0 2014.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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